04 / 09 읽는 데 2분
글을 제일 잘 쓰는 계정이 제일 많이 벌지 않았다
계정 서른세 개를 굴리면서 확인한 거다.
계정 서른세 개를 굴리면서 확인한 거다.
글 제일 잘 쓰는 계정이 제일 많이 벌지 않았다.
나는 재능이 없다
먼저 이것부터 적어둔다.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다.
말은 더 못한다.
아이디어가 샘솟는 타입도 아니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안 좋아한다.
이 일을 시작할 때 제일 걱정한 게 그거였다.
재능 있는 사람들 판인 것 같았으니까.
근데 순위가 이상했다
계정을 여러 개 굴리다 보면 성적표가 나란히 보인다.
글이 제일 좋았던 계정이 있었다.
읽으면 재밌고 문장도 좋았다.
그 계정이 제일 안 팔렸다.
반대로 글이 밋밋한 계정이 있었다.
읽고 나서 기억에 안 남는 수준이었다.
그 계정이 꾸준히 팔았다.
한두 번이면 우연이라고 넘겼을 거다.
서른세 개를 굴리니까 우연이 아니었다.
뭐가 달랐냐면
잘 판 계정들은 순서가 있었다.
이 글을 본 사람이 다음에 뭘 하는지
거기서 뭘 보게 되는지
그 다음엔 어디로 가는지
그게 정해져 있었다.
글 하나하나는 밋밋한데 전체가 한 방향으로 놓여 있었다.
못 판 계정들은 글마다 잘 썼는데 서로 상관이 없었다.
오늘은 이 얘기, 내일은 저 얘기.
읽으면 재밌고 끝난다.
가는 데가 없었다.
재능이었으면 나는 졌다
이게 나한테는 다행이었다.
재능의 게임이었으면 나는 시작부터 불리했다.
글 잘 쓰는 사람은 널렸고 나보다 웃긴 사람도 많다.
근데 순서 짜는 건 재능이 아니다.
한 번 그려놓고 안 되면 고치면 된다.
고치는 데 재능은 안 든다.
그냥 몇 번 고치면 된다.
나는 재능이 없어서 순서를 만들었다.
글의 기본은 필요하다
글이 나쁘면 애초에 안 읽힌다.
읽히는 최소한은 넘어야 한다.
내가 말하는 건 그 최소한을 넘고 나서다.
거기서부터는 더 잘 쓰는 게 아니라 더 잘 놓는 게 중요해진다.
문장을 다듬는 데 쓸 시간을 순서 고치는 데 쓰는 게 낫다는 뜻이다.
나도 한동안은 반대로 했다.
안 팔리면 글이 부족한 줄 알고 문장만 계속 고쳤다.
그 짓을 오래 했다.
그래서 어떤 순서였나
순서를 짜야 한다는 건 알겠다.
그럼 그 순서가 뭔가.
이건 나도 배운 게 있다.
업계에서 6년 내내 들은 답이 하나 있었다.
다들 그거 하나만 말했다.
그대로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