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컨텐츠 공장에 일하며 느끼는건 AI를 잘 다루는 것과 AI로 컨텐츠를 잘 만드는 건 다른 영역인 것 같다. “이런 것도 만들 수 있어요?” 당연히 된다. 글도 써주고 이미지도 만들고 영상도 만들고 코드도 짜준다. 근데 막상 결과물을 받아보면 기능은 수행했는데 내가 원한 건 아닌 경우가 꽤 많음.

왜 그런가 생각해봤는데 결국 뭘 만들어야 하는지 아는 것과 뭘 만들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릴스를 잘 만드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면 릴스를 만들 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영상이 사람을 멈추게 하는지 어떤 첫 장면에서 이탈하는지 어떤 자막이 촌스러운지 어떤 편집이 조회수를 깎아먹는지 직접 수없이 부딪혀본 사람이 결과물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그래야 AI가 만들어준 결과물을 보고 “이건 좋은데” “이건 별론데” “여기서 0.5초 줄여” “이 문장은 빼”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외주를 줘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원하는 결과물의 모양을 모르면 남이 만들어준 걸 보고도뭐가 잘못됐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요즘 AI로 뭐든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맞긴한데..애매쓰함... 속이 텅 빈 사람이 AI를 붙잡으면 이쁜 쓰레기를 엄청난 속도로 생산할 뿐이다. 결국 AI 시대에 필요한 건 뭘 만들 수 있는지가 아니라 뭘 버리고 뭘 남길지 아는 감각인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