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완벽한 찐따였다 어릴때부터 관심받는걸 극도로 싫어한 나. 페이스북 팔로워 17명이 전부였던 내가 어쩌다 보니 SNS로 밥 벌어 먹고 산다.
6년전 온라인 사업을 한답시고 첫직장을 때려친 그 해,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다. AI도 없던 때, 오직 유튜브와 구글링으로 키워드가 뭔지, 노출되는 개념은 뭔지, 어떤 글을 써야 팔리는건지 등등. 광활한 정보들이 파도처럼 쏟아짐과 동시에 나만의 필터에 여과되어 지식이 된다. 그렇게 3개월 어떤 강사였는지 유튜버였는지, 누군가 하던 1일 1포스팅을 따라했고 그렇게 글 70개가 쌓일때 쯔음 첫 판매가 생겼다. 그 후로도 매일 1일 1포스팅을 했고, 이 작은 행동은 세상에 어떤식이든 흔적을 남기는 습관으로 남았다. 스레드든 인스타든 유튜브든 X든 말이다. 1년이었나. 되게 짧은 사업놀이를 하면서 느꼈다
마케팅이 너무 어려웠다. 평소 뭘 소비하지 않는다. 그냥 책하나 사 읽는것 말고는 정말 쓸 곳이 없던터라 소비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걸 왜 사지?' 비아냥이 아닌 궁금증이 디폴트값이었다. 그래서 어렵더라. 내껄 사게 해야 되는데 난 이런걸 죽었다 깨어나도 안살거 같거든. 그렇게 사업놀이를 마치고 집근처 마케팅 회사로 이직. 이 인연이 아직까지 이어질거라곤 생각도 못했지. 아무튼 이때까지 내가 아는 SNS는 오직 네이버가 전부였었다. 입사하고서 1년동안은 블로그와 네이버카페 두 가지만 했고, 하루에 2000자 글 5~6개 쓰는게 업무의 끝. 최적블을 사서 쓰거나, 맡겨 쓰거나, 계정 키우거나. '아, 이게 마케팅이라고?' 믿기 싫었다.
대학교 과목중 하나였던 마케팅. 이때 들었던 수업과 유튜브 속 세계 구루들이 말하는 마케팅과는 사뭇 달랐다. 고귀하고 도도한 수면위 백조의 모습만 보다가, 수면 아래로 뒤지게 발버둥 치는걸 본 기분이라고 해야 되나. 짜쳤고 실망스러웠고 이래야 매출이 나는건가 싶었다. 소비자로써 더이상 네이버를 믿지 않게 됐다. 생산자로써 컨텐츠 대신 빠르게 시장을 점령하는 것만 몰두했다. 원하는 롤에 맞춰 육아맘으로 의사로 한의사로 극적으로 병을 극복한 사람으로. 건강, 뷰티, 식품, 리빙, 건기식 등. 내 정체성은 하루에도 여러번 바뀌며 그렇게 1년이 지날때쯤 큰 바람이 불었다.
계정이 싹 다 날아갔다. 구청에서 밥 먹듯이 신고전화를 받는다. 철퇴로 피떡이 될때까지 후려 맞았다. 계정 새로 구해오면 또 날아가고 다시 구해오고, 신고 받고 수정하면 또 바꾸고 신고받고 무한 굴레에 빠지면서 결단을 내렸다. 광고를 끄기 시작했다. 바이럴 시스템도 줄여갔다. 나름 매년 50억씩 하면서 쌓은 고객수가 재구매 해주겠지. 그동안 뿌린 바이럴 결과물이 연명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이었다. 소망은 절망이 되어 회사는 급격히 무너져갔다. 돈으로만 만들어온 매출, 제품력 향상은 뒷전으로 sku 늘리기만 급급했던 판단들, 잘못된 프라이싱 등등등 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나열하자면 끝없이 이어졌겠지.
이때가 입사 3년차였나 그랬을텐데 급격히 망해가는 동시에 선택한건 무너진 장독대에 테이프를 붙이는게 아녔다. 더 큰 장독대로 덮는 것이었다. 정말 막막한 플랜이었다. 매출이 무너지는 순간에 아이러니하게도 매출을 만들던 블로그 상위노출과 맘카페 바이럴에서 벗어났다. 이때 인생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고, 인스타그램도 했다. 오직 돈 혹은 가짜 글로 고객을 모으다가, 진짜 영상과 글로 사람이 모이는걸 경험했다. 언제든 변동 위험이 있는 조회수 수익이나 광고수익을 노리지 않았다. 메일조차 모르는 팔로워 숫자 따위에도 매몰되지 않는다. 금방 만드는 데이터 값보다 중요한건 당장 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의 수였다.
직원들 모두 퇴사했던 3년전, 이제 진짜 끝난거 같다고 했던 2년전, 조금 더 해보자 했던 1년전, 그리고 지금. 여전히 사업이 롤러코스터라는걸 경험하고 있다. 매년 누군가는 얼른 무너지는 이곳에서 탈출하라고 한다. 그럴때마다 목숨걸고 하는 대표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매달 돈 받으면서 무료로 롤러코스터를 태워주는데 나갈 이유가 없지 않나..? 이 5~6년의 경험 덕분에 떼돈 벌어서 부자는 못 되겠다만, 적어도 굶어죽지는 않을 능력이 생긴 것 같다. 회사 사람들에게 이 글이 절대 안퍼지길 바라며...ㅋㅋㅋㅋ (계정 만들때부터 차단은 했음) 나 같은 개미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기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