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쓰다보니 슬퍼지는데 답지를 주는 콘텐츠는 인기가 많다. 1번, 2번, 3번, 4번, 5번. 이런 리스트형 콘텐츠가 대표적인데 함정이 있다. 조회수는 높아도 사람은 남지 않는다.
나도 이런 콘텐츠를 참 많이 만들었다. 반응이 좋으니까 당연히 좋은 콘텐츠라 생각했고, 더 잘 정리하고 더 쉽게 알려주려고 했다. 실제로 조회수도 잘 나왔고 때에 따라 팔로워도 미친듯이 증가하더라. 마약 같은 탓에 모든 글을 이런 포맷으로 도배시키곤 했었지. 근데 계정을 오래 굴릴수록 뭔가 이상했다. 분명 내 글을 본 사람은 많은데 나를 본 사람은 많지 않은 느낌.
왜 그런가 생각해봤는데 문득 명언 모음집이 떠올랐다. 좋은 말 참 많다. 밑줄 긋고 싶은 말도 있고, 누군가에게 보내주고 싶은 말도 있다. 근데 책을 덮고 나면 끝이다. 이게 무슨 느낌이냐면...그 명언을 모은 사람이 내일 무슨 생각을 할지는 딱히 궁금하지 않다는거? 어쩌면 답지형 콘텐츠도 비슷한 게 아닐까 싶었다.
사람들은 답지라는 소리에 여기 저기서 달려온다. 1번부터 5번까지 읽고, 쓸 만한 건 저장하고, 필요한 건 가져간다. 냉철하게 말하면 그냥 듣기 좋은 말, 공식처럼 보이는 그럴싸함에 좋아요로 화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답을 얻었으니 떠난다. 서로에게 남는건 글쎄...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그동안 내가 좋은 콘텐츠라고 믿었던 것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 기준에서 좋은 정보를 많이 주면 당연히 그 정보를 제공한 나를 궁금해할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염탐하는 사람들도 그랬다. 그 사람이 뭘 아는지보다 무슨 말을 할지가 궁금했고, 무슨 답을 줄지보다 같은 일을 어떤 시각으로 볼지가 궁금했다. 답지가 필요해서 찾아간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보는 세상이 궁금해서 찾아갔다. 아마 컨텐츠로 사람을 남긴다는건 그런 차이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답지랑 다르게 사람은 몇 번을 펼쳐봐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한 번 빠지면 뭔 똥글을 쓰든 개똥같은 컨텐츠를 찍든 계속 보게 되는 거겠지.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요즘은 콘텐츠를 볼 때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이 글에서 정답들을 빼고 나면 그 뒤에 누가 남을까.
아무도 남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까지 콘텐츠를 만든 게 아니라 꽤 잘 만든 답지를 쌓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