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은 어쩌면 가스라이팅에 가깝다고 생각함. 남의 콘텐츠를 기획한다는게 그렇다. 이 장면과 저 장면을 붙이고 이 말을 저 말 뒤에 놓고 별것 아닌 경험에 의미를 붙인다.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도 처음엔 없던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연결꼭지를 매끄럽게 이끌면 사람은 그 이야기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게 어느 순간 본인의 삶이 된다. 근데 여기서 기획자의 욕심이 들어가면 망한다. 되도 않는 똥덩어리를 가져다가 금칠하고 조명 비추고 그럴듯한 서사를 붙여봐야 결국 다시 똥이다. 기획은 없는 걸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있는 것 중에서 진짜인 걸 찾아 가장 그럴듯한 순서로 연결하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함. 그래서 타인의 삶에 침범하려거든 그 사람의 삶을 바꾸려 하지 말고 그 사람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연결부터 찾아야 한다. 좋은 기획자는 남의 삶에 자기 이야기를 덮어씌우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 안에 원래 있던 이야기를 본인보다 먼저 발견해주는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