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좀 슬픈 이야기다. 회사에서 일 잘한다는 소리 듣던 사람도 퇴사하는 순간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된다. 회사라는 배경 말고 자기 이름으로 남긴 게 없어서다. 흰 개미 직장인 특징 7가지를 적어본다.

1. 사원증 말고 내 명함이 없다 회사 매출 올리고 계정도 키우고 밤새 영업다니며 망가진 프로젝트도 살렸다. 근데 기록이 없다. 숫자도 과정도, 왜 그렇게 했는지도 안 남긴다. 퇴사하는 날 사원증이랑 같이 내가 잘했다는 증거도 반납하는 셈이다. 회사라는 간판 없이 나를 찾아주는 곳이 있는가?

2. 대체불가한 이력서도 없다 마케팅 담당. 운영 담당. 오퍼레이션. 영업. 기획 등등. 이건 일을 적은 게 아니라 회사가 붙여준 명찰을 적은 거다. 누가 와도 바꿔 끼울 수 있는 말뿐이다. 진짜 내 생을 담은 이력서에는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왔는지 그 여정이 담겨야 된다. 이것들을 블로그, 스레드, 유튜브 등에 기록한다.

3. 회사 이름을 빼면 자기소개가 안 된다. 저는 OO회사에서 OO를 했습니다. 회사 이름을 빼면 소개를 못한다. 어디서 일했는지가 아니라 무슨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인지 말해야 된다. 명함 없이도 할 수 있는 자기소개가 있어야 한다. 내가 곧 자산이자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넘 거창한가

4. 내 이름으로 만든 결과물이 없다. 회사 자료는 수십 개 만들었는데 내 이름을 검색하면 아무것도 안 나온다. 회의에서 했던 말. 고객한테 설명했던 것. 실패해서 바꾼 것. 한 달에 하나만 적었어도 몇 년 뒤엔 꽤 쓸 만한 포트폴리오가 됐을 거다. 회사 파일만 늘고 내 기록은 안 늘었다. 갈수록 날것의 기록들이 정말 중요해질 것 같다.

5. 회사 간판빨을 생명줄로 착각한다. 대부분의 일감은 이미 업계에서 쌓아온 것들을 이어서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도 회사 소속이 아닌 이상 바쁜 상대방이 날 만나줄 이유가 드물다. 물론 내가 잘해서 생긴 일도 있겠지만 회사를 나오면 그 사람들은 나를 찾을 이유가 없다. 회사 간판은 내 생명줄이 아니다. 그걸 3년차 때에 느끼게 되더라

6. 이미 가진 경험보다 새 자격증부터 찾는다. 이미 5년째 하는 일은 별거 아니라 여기면서 새 강의, 새 자격증, 새 직무를 찾는다. 이상하게 사람은 남의 경험엔 돈을 내면서 자기 경험은 공짜 취급한다. 없는 무기 찾기 전에 지금 손에 든 것부터 봐야 한다. '에이 이게 뭐라고' 하는게 진짜 강점인 경우가 많다.

7. 퇴사하고 나서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평소 기록을 해둬야 된다. 블로그든 노션이든 하다못해 메모장에라도 적어놔야 된다. 퇴사하고 나중에서야 텅 빈 노션을 열고 내가 뭘 했더라 생각한다. 포트폴리오는 퇴사 직전에 몰아서 만드는 PDF가 아니다. 일이 끝날 때마다 한 줄씩 남기는 거다. 나가고 나서 만들면 이미 반은 까먹는다.

사실 이건 퇴사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 다니는 동안에도 내 이름으로 기록 하나쯤 남기라는 말이다. 몇명을 교육 해왔든, 신규 사업마다 매출을 얼마 만들었든. 몇만명의 팔로워를 만들던 조회수가 얼마든 등등. 내 이름으로 모은 사람은 0명이더라. 회사 이름을 지워도 내가 보이면 그게 진짜 경력이다. 안 보이면 남의 회사만 키운 거다. 어차피 직장인은 죽기전에 내 업을 하게 돼있다.

그러니 미리 기록하며 살자. 무슨 문제가 있었고 내가 뭘 바꿨고 그래서 뭐가 달라졌는지. 나도 이제야 그 기록을 시작해본다. https://0wonloop.com (사이트는 아직 아직 손보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