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좀 슬픈 이야기다. 똑똑한 사람들이 SNS만 하면 유독 자주 걸리는 불치병이 있다. 그 5가지 병명을 기록해본다
병명1. 난달라병 한가지 업에 오래 종사하면, 자연스레 시장 생태계를 모두 알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태에서 처음 SNS를 하면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씁.. 난 쟤들이랑 다른데?' '씁...저건 아닌데' 감기에 걸렸으면 감기약을 주면 되는 일을 꽈배기마냥 돌돌 꽈서 다른 답지를 만들고 있다. 근데 SNS에선 그게 장점이 아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걸 찾기 전에, 이해되는 걸 먼저 찾는다.
병명2. 완벽주의병 찐따인 나와는 다르게 똑똑이들이라 글 하나 올리는 데 며칠씩 걸린다. '조금만 더....좀만 더...' 계속 고치고, 다듬고, 미룬다. 영상은 말해 뭐해. 근데 그 조금 더가 끝이 없다. 옆에서 지켜보면 숨이 꼴딱 꼴딱 넘어갈 지경이다. 완벽한 글 하나보다, 완료된 글 열 개가 훨씬 강하다. SNS는 여러번 완료하는 사람이 이기는 곳이다.
병명3. 동기부여병 글 하나를 올리는데 세상을 바꿀 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만보면 스티브잡스에 처칠에 공자, 맹자, 세상을 창조한 예수님이 따로 없으시다. '이 정도론 올릴 가치가 없는데.' 결국 아무것도 안 올라간다. 사람들은 명작을 기다리지 않는다. 명작은 노린다고 나오지도 않는다.
병명4. 체면차려병 '이런 후킹은 없어 보여.' '이렇게까지 솔직하면 창피한데.' '이거 누가 이미 했던 내용 아닌가?' '이런 글 올리면 욕먹지 않을까?' 남 시선만 보면 내 차례는 평생 오지 않는다. SNS는 눈치 보는 사람보다 먼저 말한 사람이 기억되는 곳이다. 똑똑할수록 없어보이는 걸 못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없어 보이는 걸 하는 사람이 세상엔 똑똑한 사람으로 비춰진다. 억울하면 덜 똑똑하던가.
병명5. 3일천하병 똑똑할수록 상황판단이 칼 같다. 그래서 한 사흘 해보고 반응 없으면 바로 결론 내린다. '역시 나는 안 되네.' '내 분야는 SNS에 안맞는구나' 대부분의 카테고리는 SNS에 이미 널려있다. 그 분야 자체가 니치해서 망한게 아니라 너무 빨리 포기해서 망했을 확률이 높다. SNS는 재능의 힘보다 버티는 힘이 후반부로 갈수록 더 강해진다.
혹시 읽으면서 '난가?' 했다면 다행이다. 이름도 모를때나 불치병인거지 병명이 생겼으니 이제 고치면 되니까. 내 스친들은 나 같은 찐따라 공감하기 어려웠을텐데 끝까지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