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는 얘기

회사 일은 OFF, 내 일은 ON.

지금 도는 것 19|껐다 4|못 끈 것 3

회사 일 줄이자고 자동화를 배웠다.
줄인 시간은 내 걸 하는 데 쓴다.
근데 끄면 안 되는 게 따로 있더라.
이것도 자동으로 돌리면 편하지 않나?

내가 뭘 없애야 하는지 보기 질문 세 개만 받는다. 목록은 메일로 감.

회사 일 OFF

  • 주간 보고서 숫자 채우기
  • 회의 끝나고 정리해서 공유하기
  • 같은 안내 메일 복붙해서 보내기
  • 자료 찾는다고 이것저것 뒤지기
  • 매번 같은 양식 다시 만들기
  • 파일 이름 바꿔서 폴더에 넣기
  • 지난주에 뭐 했는지 되짚기
  • 사람한테 나가는 메일, 문자밖으로 나간다
  • 돈 나가는 결제돈이 나간다
  • 최종 확인하고 보내기 누르기못 되돌린다

이 셋은 아직 못 끈 게 아니다. 껐다가 다시 켰다.

툴은 늘었는데

일이 안 줄어드는 건
도구를 못 골라서가 아니다.

새 게 나올 때마다 붙였다. 되긴 됐다.
그런데 손은 그대로였다. 관리할 게 하나 더 늘었을 뿐이다.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아무도 한 장으로 못 그렸다. 머릿속에 있는 걸 자동화하면 예외가 생길 때마다 다시 손이 간다.

끄면 안 되는 것

중요한 일이라서
남긴 게 아니다.

중요한 일도 대부분 껐다. 남은 건 성격이 달랐다.
아래 셋 중 하나에 걸리면 안 끈다.

01

밖으로 나간다

사람한테 도착하는 건 안 끈다. 문자든 메일이든 한 번 나가면 회수가 안 된다. 승인 없이 나가게 두면 언젠가 사고가 난다.

02

돈이 나간다

결제와 광고는 손에 쥔다. 자동으로 새는 돈은 알아채는 데 한 달이 걸린다. 그때는 이미 나갔다.

03

못 되돌린다

발행 버튼과 본문은 내가 쓴다. 톤이 어긋난 글은 지워도 이미 읽힌 뒤다.

기준은 중요도가 아니었다.
되돌릴 수 있느냐, 밖으로 나가느냐.
안쪽에서 끝나는 일은 끝까지 넘긴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은 내가 쥔다.

질문 세 개

뭘 먼저 끌지는
하는 일마다 다르다.

세 개만 답하면 내가 실제로 끈 것과 못 끈 것을 목록으로 보낸다. 각각 어떻게 껐는지, 왜 안 껐는지까지 같이 적어서 보낸다.

답장은 다 읽는다. 광고는 안 보낸다. 언제든 회신으로 끊으면 된다.